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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대화4. 창작살롱 나비꼬리 (김은정 기획, 허선혜 작·연출)

🗓️ 2026.02.03

 

림보

관객과 관련해 이야기를 해오셨다는 점 때문에 제가 나비꼬리 분들께 제일 연락드리고 싶었어요. 작년 말에 올라왔던 유튜브 영상 네 편1)을 다 잘 봤어요. 재미있었고요. 공연을 어떻게 기록할지 얘기도 많고 연구도 많은 상황에서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혹시 기록에 관심이 있으셔서 이렇게 사업까지 신청하게 된 건지, 공연을 기록하는 일에 관심이 있으셨는지 궁금해요. 

1) 창작살롱 나비꼬리 유튜브(https://www.youtube.com/channel/UCsqY-N5-TVIFHWbRug77E3Q) 계정에 올라온 영상을 말한다. 나비꼬리는 지난해 서울문화재단 공연예술영상기록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우리가 관객을 만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영상 네 편을 업로드했다. 영상은 나비꼬리의 일대일 공연 후기, 당시 관객과의 인터뷰, 연극〈메데이아: 화살, 심장, 더러운 피 제작기 등으로 이뤄져 있다.

 

선혜

김은정 씨가 좀 많이 밀어붙여서 사업 지원을 하게 돼 가지고. (웃음) 할 말 있으시잖아요.

 

은정

밀어붙였다. 공연 작업하다 보면 예산이 필요한데 늘 적고 이래서. 또 뭐 없나 찾다 보니까 이런 지원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영상 지원사업이 있는데 뭔가 더 연결할 게 있을까 생각을 해보게 된 거죠. 그전에 허선혜 씨가 헛쇼1)라고 동료 창작자랑 같이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영상으로 찍은 적이 한 번 있는데 ‘그거를 이걸로 하면(살리면) 어때’ 제안을 했었고요. 

근데 기록을 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과정을 (담고 싶었고), 같이 얘기할 거리를 정해놓으면 동력이 생기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뭔가를 기록하고 싶어서라기보단 누구를 만나고 싶어서 (이 방식을) 선택했던 게 제일 컸어요. 하면서 느껴졌던 거는, 저희한테 도움이 되는 거예요. 과거를 계속 되돌아보게 되고. 아 이때 이랬지, 그때 어떤 생각을 했었니 물어볼 수 있는 자리가 됐어요. 오히려 그런 걸로 인해 다음에 또 해봐도 좋겠다로 넘어갔던 것 같거든요. 저한테 기록이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줬어요. 어떤 걸 좋아했는지도 확인해 볼 수 있었고, ‘이런 거 좀 아쉬웠다’도 얘기해 볼 수 있는. 약간의 일시 정지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 점에서 기록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거 질문해 주셔서 저희가 완전 예전에 했던 작업들을 좀 찾아보다가, 자료집2)도 만들었거든요. (자료집을 건넨다)

1) 나비꼬리의 유튜브에 ‘[헛쇼] 양대은 편’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와 있는 영상을 말한다.

2) 공연 〈오문오방: 서울-유토피아의 제작기를 담은 자료집 서울 유목민들의 우당탕탕 일대일 공연 제작기

 

림보

우와 감사합니다. 인터넷 검색할 때마다 이 자료집 나왔었다는 소식은 나오는데 어떻게 접할 수 있는지 안 나오더라고요.

 

은정

예전에는 이런 기록을 남기는 걸 되게 좋아했던 것 같거든요. 선배나 선생님들의 작업들을 보고 싶은데 자료가 없어서 계속 맨땅에 헤딩 같은 느낌으로 해왔던 것들이 조금 아쉬웠어요. 그래서 이런 기록을 남기면 누군가가 또 찾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좀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만들려고 했던 것 같고. 

요즘은 딱히 잘 모르겠어요. 공연의 형태가, 사라진다는 게 되게 매력적이고 무엇을 남길지가 고민이 돼왔어서요. 이제는 기록보다 과정 안에서의 즐거움을 찾는 것 같아요. 과정의 즐거움.

근데 저희가 기록을 시작하게 된 게, 일대일 공연을 하다 보니까 저희가 과정을 되게 잘 보냈다는 느낌이 들고 관객도 잘 만났다는 느낌이 드는데도 너무 소수로 만나다 보니 작업을 했다라는 사실을 우리만, 너무 극소수만 알게 알고 있는 게 좀 아쉬운 거예요. 그래서 자료집을 많이 만들어서 배부를 하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좀 했던 것 같아요. 영상 기록도 그런 맥락이 있고요. 저희가 작업하면서 너무 자료가 없으니까 길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영상 기록 사업)지원서 낼 때는 이머시브 창작, 뭐 누군가가 도움을 받을 것이다 이렇게 쓰기는 했던 것 같아요. 저희는 이머시브 창작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작업을 하지는 않았는데도요. 그래도 비슷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한테 도움이 되지 않을까.

 

림보

영상에 보면 ‘오문오방1)’ 보셨던 분들하고도 대화 나누셨잖아요. 동료 분(김정 배우)도 계셨던 것 같고요. 평소에 관객들에게 후기를 직접 들을 기회는 아무래도 많이 없으셨을 것 같은데, 그런 점에서 좀 새로우셨을 거 같아요.

1) 2018년 11월에 열린, 한 회차에 단 5명의 관객을 받는 일대일 공연 〈오문오방: 서울-유토피아를 말한다.

 

선혜

어쨌든 자리를 마련한 거잖아요. 밥을 같이 먹으면서 어땠고 저땠고를 한참 얘기를 하는 자리였는데 좀 생경하긴 했어요. 그게 콘텐츠를 위해서였지만 이런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되게 의미가 있다 생각이 드네요. 자주 하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은정

제 생각의 메커니즘은 약간 반대인데요. 저는 만나서 (공연이) 어떠셨어요? 이런 걸 물어보는 게 되게 민망한 거예요. 그래서 오히려 이런 자리를 만들면 말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오히려 만들려고 했었던 것 같고요. 그리고 그 (인터뷰한) 두 분이 계속 공연이 좋다는 얘기만 해오셨거든요.

 

선혜

자꾸 남한테. (웃음) 직접적으로 들은 게 한 번도 없었어요.

 

은정

어떤 점이 좋으셨을까 궁금하고, 들어보고 싶다고 제안을 드렸어요. 만나서 어떤 지점들을 말씀해 주셨는데 그것들이 다 좋았던 거죠. 얘기를 듣는 것도 그렇고. 그러면서 이런 작업을 또 해보고 싶다가··· 네. 저는 자리를 빌미로 만나기를 선택했던 것 같아요.

 

림보

만나기 말고, 평소에 SNS 후기를 따로 찾아보시는 편이세요? 아니면 혜화동1번지 공연1)의 경우에는 설문이 맨날 오잖아요. 그런 설문 참여율은 높은 편인지 궁금했어요. 

1) 혜화동1번지는 동인제로 운영되는 극장이다. 나비꼬리는 지난 2023년부터 8기 동인으로 활동하며 해당 극장에서 공연을 올리고 있다.

 

선혜

저는 많이 찾아보는 편인 것 같고요. 일단 SNS에서는 다 검색을 해보는데 인스타그램은 검색이 거의 안 되는 느낌이 있어서. (인스타)스토리에 태그된 것만 보기는 해요.

사실 찾아보기가 어렵죠. 트위터는 검색이 되니까 보는 것 같아요. 네이버 블로그에도 좀 검색을 해보는 편이고요. 근데 잘 안 올라와요. 적은 편인 것 같고, 그래서 하나하나가 되게 귀하다는 생각이 좀 들거든요. 가끔 가다 되게 길게 써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읽죠.

혜화동1번지 설문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다 열람을 해서 볼 수는 없어요. 달라고 하면 볼 수는 있는데, 보통 공연이 끝나면 PD님이 정리해서 보내주세요. 그거를 봐요.

 

림보

제일 최근에 공연하신 메데이아: 화살, 심장, 더러운 피1) 정말 재미있게 봤거든요. 관객분들이 재미있는 후기 많이 쓰셨을 것 같아서 궁금했어요. 그런 형식의 공연 같은 경우에는 좀 더 반응이 있나요? 기억에 남는 게 있을까요?

1) 지난해 하반기 열린 혜화동1번지 극장 축제 ‘관객 대축제’ 참가작으로 공연된 나비꼬리의 신작. 공연 정보는 아래의 링크에 접속해 확인 가능하다.

https://playticket.co.kr/nav/detail.html?idx=3832

 

선혜

물론 다 기억에 남지만, 공연이 끝나고 시간이 좀 흘렀는데도 언급되는 걸 볼 때 뭔가가 느껴지는 것 같기는 해요. 공연 끝나고 바로 올려주시는 것도 보지만요. 한참 뒤에 올라온다는 거는 계속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니까요. 공연 중에 썼던 음악 같은 걸 올려주시기도 하고요. 그런 걸 볼 때 마음에 와닿아요. 

 

은정

저는 질문 보고 생각을 해봤는데요. 마지막에 (강혜련 배우님이) 활을 쏘시고, 노래가 나오고, 립싱크하면서 인사하는 장면이 있어요. 지인이 그 장면 때 눈물이 그냥 났다는 거예요. 근데 왜 울었는지 자기는 모르겠다 그런 얘기를 해줬어요. 

저희가 작업하면서 이름 모를 감정에 대한 고민을 좀 했었던 적이 있거든요. 근데 그게 그거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막 슬퍼서 운 것도 아니고 모르겠다, 얘기를 하셔서. 그게 (작업하면서) 공유했던 순간인가 이런 생각을 했어서 그런 피드백이 좋았어요. 함께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림보

아까 후기가 좀 적은 편이라고 하시기는 했지만, 실제로 관객들이 해주시는 이야기가 다음 작업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을까요? 

 

선혜

굳이 그대로 빌려 쓰진 않더라도 감각 같은 것이 고민에 반영이 되는 것 같긴 해요. 어떤 큰 느낌인 것 같아요. 작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은 안 가더라도 좋은 후기가 힘이 돼서 ‘그래, 그래 의미 있어’ 하는 그런 힘이 생겨요. 일부러 더 많이 기억하려고 하거든요. 힘이 떨어졌을 때 좋은 후기를 다시 봐요.

 

림보

충전하는 거네요.

 

선혜

네. 충전기 충전하는 식으로 이제 다시 보고. 그리고 누군가가 했던 얘기인데, 작품을 쓰면서 비슷한 맥락으로 (관객의 이야기가) 걸릴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좀 더 생각을 해보게 되기도 하고요. 

 

은정

제가 선혜 씨 얘기를 좀 해도 될까요? 선혜 씨가 메데이아 전에 나의 뱀1)이라는 공연을 했었는데요. 공연 실황 영상을 촬영해 놓은 게 있어요. 근데 (선혜 씨가) 그것을 한동안 계속 봤어요. 거의 루틴처럼 보셨는데 그 영상에 관객들의 반응들이 보이는 거죠. 반응을 계속 고민하는 작업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왜 이때 웃었을까 사람들이. 공부 겸, 본인도 즐거움을 채웠던 게 있어요. 직접적인 피드백은 아니더라도 그 반응을 계속 확인하는 거예요.

1) 지난해 상반기 열린 혜화동1번지 극장 축제 ‘안전 연극제’ 참가작이었던 나비꼬리의 낭독극. 공연 정보는 아래의 링크에 접속해 확인 가능하다.

https://booking.naver.com/booking/12/bizes/1361710

 

선혜

그게 있어요. 그 영상에서 운 좋게 관객들이 반응을 배우만큼 한 거예요. 거의 비중이 비슷해요.

목소리 크기나 에너지의 정도가 비슷해서 되게 재밌었어요. 정말 좋은 호흡을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떤 장면에서 웃음이 터지거나 눈물이 나거나 이게 되게 잘 보이는 거예요.

그러니까 감정적으로도 저한테 좋은 영향이 오는 것 같고, 공부도 하게 돼요. 분석하게 되고. 그래서 자꾸 보게 됐었죠. 배우들 하는 것보다 관객 반응 보려고 봤어요. 어느 날은 이쪽 관객 보고 다른 날은 이쪽 관객도 보고 다르게 보게 되더라고요.

 

림보

말씀해 주신 거 말고 공연 후기들 관련해서 혹시 생각하고 계시는 점들이 더 있을까요? 아니면 영상에서와 같이 (관객과 만나는) 자리를 더 마련하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만약에 마련한다면 어떤 형식일지 구상해 보신 게 있을지 궁금해요. 지금 나희경 PD님이 하시는 모임1)과 유사한 형태도 될 수 있을 것 같고요. 

1) 독립기획자 나희경 PD가 매달 주최하는 관객수다모임. 참여 모집 게시물 중 하나를 아래의 링크에 접속해 확인 가능하다.

https://zrr.kr/FCvYTF

 

은정

생각해 본 게 있어요. 그게 관객의 자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희곡 읽기, 이런 모임을 계속 만들고 싶긴 해요. 저는 희곡을 경유해서 같이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좀 더 선호하는 것 같아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만드는 자리가 저한테는 관객을 만나는 자리이기도 하지 않나 생각을 했어요. 근데 완전히 관객과 만나게 되는 것에 관해 저한테 거리감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그 거리감이 좋기도 한데요, 더 다가갈 수 없는 어떤 막 같은 게 있어 가지고. 그 정도로 만족하는 것 같아요. 더 직접적으로 만나고 싶다면 판을 만드는 경험을 하는 것 같아요.

 

선혜 

저는 공연한 만큼의 후기 살롱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간혹 하거든요. 근데 공연을 만든 입장에서 그것까지 만들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공연을 보고 나서 지인들과 공연이 어땠고 어땠고 이렇게 얘기하는 모임을 갖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공식적으로 어떤 이후 모임이 형성되고 자리를 잡으면 어떨까 생각을 좀 많이 하는 것 같기는 해요.

 

은정

(선혜 씨가) 맨날 얘기하는 게 후기 살롱 해야지. 관객 지인이랑 같이 두런두런 얘기하는 거죠.

 

선혜

그게 좋은 게 제가 이해하지 못한 거를 누군가가 얘기해 주면 ‘아 이게 그거구나’ 싶고, 스토리 라인 잘 못 따라갔던 걸 누가 얘기해 주면 ‘아 그런 거였어’ 그런 게 정리가 좀 되니까 필요한 것 같더라고요. 공연을 다시 볼 수가 없으니까. 다시 보려면 보죠. 근데 공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공연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창작자가 있으면 더 좋기는 한데요, 또 창작자랑 같이 진행을 하면 관객과의 대화처럼 되는 게 있죠.

 

은정

저는 좀 좋아하는 순간이 있어요. 차를 타고 공연 보러 갔다가 올 때가 있는데요, 돌아올 때 차 안에서 얘기 나누는 게 되게 좋은 거예요. 어떻게 보면 한정된 시간이 있는 거잖아요. 헤어질 때까지. 그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누는 것이 되게 자연스럽고, 바깥도 보이고 이러니까 생각이 섞이기도 하고 정리가 되기도 하고 말하면서 내가 오해했던 것도 알게 되고. 이런 게 좋다고 생각을 해요. 최근에공룡과 공룡동생1) 보고 돌아가는 길에 그런 순간이 있어서 좋았거든요. 그래서 그때 (공연에 관해) 놓친 것도 알게 됐어요.

1) 지난달 말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된 연극. 공연 정보는 아래의 링크에 접속해 확인이 가능하다.

https://www.doosanartcenter.com/ko/performance/1673

 

선혜

맞아요. 사실 첫 공을 보면 공연을 한 사람들도 들뜨잖아요. (반응이) 너무 궁금하고. 그러니까 자리 갖기가 되게 편한 것 같아요. 그래서 지인들 공연 보러 갈 때 첫 공연을 보러 가요. 그들도 궁금하니까 맥주 한잔하면서 얘기하고 이런 거에 열려 있어요. 요청하면 자리가 생성이 되거든요. 그러면 공연 제작 과정과, 그들이 궁금한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가 좋더라고요. 저는 첫 공 끝나고 자리 갖는 걸 좀 좋아하는 편인 것 같아요. 근데 창작자 주체로 자리를 만드는 것보다 관객으로 가서 만들어내는 게 상호 간에 편하죠.

 

은정

무게감이 다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창작자 쪽에서 만들면 부담도 되잖아요. 좋은 얘기 해줘야 할 것 같고, 그들도 부담스러울 것 같고요.

 

선혜

좀 가벼운 마음으로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자리면 만드는 게 좋은 것 같은데 림보 님은 어떠세요?

 

림보

저도 은정 님 말씀에 공감이 됐는데요. 저는 지하철에서 주로 이야기를 나눠요. 사람마다 내리는 데가 다 다르니까 그 안에 감상을 마쳐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런 시간은 참 재미있는 것 같아요. 여기서(혜화) 공연을 보는 날에는 계속 근처를 돌면서 얘기할 때도 있고요. 

후기 살롱 같은 자리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공연 하는 분들이랑 아는 사이는 아니니까, 갑자기 가서 ‘이거는 왜 이런 건가요?’ 여쭤볼 수가 없잖아요. 저희들끼리, 동료 관객들끼리만 참 궁금하다 이야기 나누고 끝나는 경우가 있어요. 

 

선혜

궁금한 게 있어요. 관객 입장에서 창작자가 그런 걸 열어주는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림보

굳이 거기까지 가서 얘기를 나눠야 하나 이런 분들도 있을 것 같기는 한데요. (웃음) 많이들 오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궁금해요. 근데 말씀하신 것처럼 창작자 주체로 열리면 부담이 좀 있을 것 같아요.

 

선혜

관객이 열고 창작자분들 궁금하면 오세요, 이런 식으로 알릴 수도 있겠네요.

 

림보

그냥 이 앞 술집에 있을 테니까 오시려면 오세요. 이런 식으로요.

 

선혜

그렇게 되면 (창작자 입장에서) 가야 할 것 같기도 하고요. 직접적으로 말하면 부담스러울 테지만 (후기 살롱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갈 수도 있고 안 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림보

이어서 제가 생각했던 게 있어요. (동료 관객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저희끼리는 오늘 무슨 공연 갔는데 나 빼고 다 서로 아는 사이더라. 인사를 나누더라. 이런 후기를 나눌 때가 있어요. 특히 컴퍼니 공연이 아닌 공연에 갔을 때 그런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게 싫다 이런 종류의 얘기는 아닌데요, 만드는 분들 입장에서 그런 식의 객석 구성이 완성됐다고 했을 때 그게 실제 공연 분위기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었어요. (관객들이) 서로 안다고 해서 창작자분들이랑 다 안다고 볼 수는 없지만요.

 

선혜

솔직한 마음은요. 매일 공연할 때 누가 오는지 확인을 하거든요. 거기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안심이 돼요. 의지할 무언가가 좀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근데 그렇다고 모르는 이름이 있을 때 불안하냐 그런 건 또 아니에요. 아는 사람이니까 그 사람이 어떻게 볼까 궁금한 마음이 좀 드는 것 같아요. 근데 그런 관객이 많을 경우에는 후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고요, 사실. (공연 마치고)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는 있지만요. 모르는 분들이 있는 경우에 보는 게 (느낌이) 좀 다른 것 같기는 해요. 아예 정말 한두 명 빼고 다 모르는 분들이 오셨을 때는 분위기도 다르고요. 그게 안 좋다기보다는 되게 잘 보려는 분위기, 다 가져가고 싶어 하시는 느낌이 들어요. 그럴 때는 혹시 후기 남기실까 해서 많이 더 많이 찾아보게 되고. 그리고 모르는 분들이 끝나고 인사를 해 주시는 경우가 있거든요. 되게 반가워요. 모르는 분인데 오셔서 얘기해 주시는 게 힘이 돼요.

 

은정

저는 주로 티켓팅을 하다 보니까 공연에 얼마나 영향이 있는지 많이는 잘 모르거든요.

오퍼(오퍼레이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공연을 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니까요. 일단 그것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 배우일 것 같기는 해요. 제가 (관객으로서) 공연을 봤을 때 느꼈던 거는, 지인이 많으면 확실히 이해가 빠른 것 같아요. 반응이 되게 팍팍 온다는 걸 느꼈던 것 같고요. 또 되게 스무스하게 가는 것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지인이 나오는 공연을 볼 때 가끔 제가 (공연이랑) 다른 포인트로 웃고 싶은 때가 있거든요. 지인이 내가 웃겨 하는 포인트를 잡을 때요. 그런 거 좀 참으려고 하는 것도 있어요. 아예 좀 모르는 관객들이 많이 왔다 하면은 집중하는 상태로 되게 차분해지는 순간들이 있거든요. 분위기가. 그런 적도 많았고, 그다음에 어떤 정보를 보고 오셨을까 이런 게 좀 궁금해지기도 하고 오시면 좀 감사한 것도 있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는 사람이 왔을 때 (후기를) 좀 더 찾아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왔을까.

 

선혜

저희가 소수로 공연을 많이 해왔어서. 사실은 (관객 중에)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근데 작년 안전 연극제 때 객석 수를 평소의 4배로 늘린 거예요. 그래봐야 40명이지만 저희는 항상 10명 안팎의 관객을 두고 공연을 하는 팀이었거든요. 그래서 왜 이렇게 많이 왔지, 그것부터가 저희한테는 되게 의외였어요. 그것부터 분석을 해야 되더라고요. 왜 재미있어 보였을까, 어떤 점에서 무엇에 이끌려서 예매를 하셨을까, 배우의 팬인 걸까, 공연 개요가 재미있어 보였던 걸까 궁금했어요. 많은 수의 관객을 만나는 경험이 이전에 드라마 공연을 한 번 올렸을 때 이후로 거의 처음이었기 때문에 모르는 모든 분들이 궁금했어요. 한 명 한 명 물어보고 싶었는데 그럴 수는 없으니까.

 

림보

궁금했다고 하셔서··· 저는 시놉시스가 재밌어 보여서 예매했어요. 그걸로 나비꼬리 분들 공연 처음 봤거든요.

 

은정

나의 뱀 보셨어요?

 

림보

네. 그리고 포스터 디자인도 너무 좋았고요.

 

선혜

그래요, 이런 거는 저희가 알기가 어려워요. 그러니까 혼자 생각하는 거예요. 영상 보면서. ‘뭐였을까’

 

림보

일단 저는 그랬어요. 

관객층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하셨잖아요. 제가 질문지에도 적어놨지만 혜화동1번지 관객 설문 읽다가 관객층을 직장인, 예술인, 그다음에 예술전공 학생, 기타 이렇게 나누어 놓으신 걸 봤거든요. 저는 기타에 속해 있으니까. 아무래도 위 세 층에 속해 있는 분들이 많은 건가, 실제로 어떤지 궁금해요. 

 

선혜

뭘까요? 저는 몰라요.

 

림보

그쵸. 이거는 또 혜화동1번지 PD님이 설정을 해놓으셨을 거 같아요.

 

선혜

맞아요. 그래서 관객 구성을 몰라요. 전달받아야 알아요.

 

은정

주로 저희가 관객들을 받으면 지인 할인으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그분들의 직업은 모르는 거예요. 다 어떻게 보면 지인이니까. 그게 제일 많은 것 같아요. 그다음에 예술인 할인 받으신 분들, 그다음에 학생이고요. 그러고 나서는 진짜 몇 명 안 되는 일반 관객. 할인 없이 오는 분들이 계시죠. 소중하죠. ‘그냥 오셨다’ 

 

선혜

제일 궁금한 건 그래서 그분들이 어떻게 보셨을까예요. 계단 올라오실 때 확인해 보고. 잘 보신 것 같다 싶으면 혼자서 좋아하고. 그런 거죠.

 

림보

파악이 어려우실 것 같네요.

다음으로는 저의 입장에서 궁금했던 점인데요. 공연을 다양하게 보는 입장에서요. 쉽게 말해 같이 공부했는데 누구는 상업 연극(컴퍼니 연극)으로 갈 수도 있고 누구는 자기 작업을 할 수도 있고 하잖아요. 입장들이 궁금했어요. 서로 피드백이나 교류가 있는 것 같지 않아서요. 안에 속해 있는 입장에서 현장 안의 관계들에 대해 생각해 보신 게 있는지 궁금해요.

제가 논문을 하나 찾았는데요1), 여기 보면 같은 나이대고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일을 겪고(미투와 같은) 여기(연극계)에 진입을 했다고 하더라도 지향하는 바나 본인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서 작업 반경이 달라지기도 한다고 보더라고요.

아니면 아까 선배님들 작업을 찾기 힘들었다고 하셨는데 처음에 이 팀을 꾸리면서 염두에 두신 레퍼런스, 혹은 팀의 방향성이 따로 있었는지 궁금했어요.

1) 김선기. (2025). 연극계 ‘페미니즘 -청년’ 세대단위의 형성 - 미투 운동 이후의 젊은 연극인들에 대한 사례연구. 여성학연구, 35(1), 69-109.

 

선혜

잠시만요. 지향점 말고 또 어떤 질문이었죠?

 

림보

첫 번째는 현장 안에서의 경계들이요. 같이 공부를 했거나 접점이 있었다가도 누군가 한 필드로 가게 되면 서로 간 교류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속해 있는 입장에서 그런 경계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두 번째는 아까 선배님들 작업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으셨다고 했는데, 관련해 나비꼬리를 처음 꾸릴 때 ‘이런 팀이 됐으면 좋겠다’ 생각하셨던 게 있는지요.

 

선혜

제가 다른 분들은 잘 모르고요. 제 입장에서는 컴퍼니 연극 쪽과의 교류가 거의 전무해서 몰라요. 뭐 하고 있는지를 모르고. 보러 다니면 어떤 경향이나 이런 걸 알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보지도 않아가지고 몰라요. 같이 공부한 분들은 그냥 같이 있어요. (웃음)

같이 공부했다고 치면, 제가 극작을 조금 더 잘 해보겠다 해서 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했는데요. 거기서 만난 분들은 어느 정도 비슷한 맥락 안에서 작업을 하는 분들이었어요. 그래서 많이 다른 쪽으로 가거나 그러지는 않는 것 같아요. 몇몇 분들이 계시긴 하는데 그게 아예 다른 데로 가버리다 보니까 교류가 끊어지는 것 같기는 해요. 이쪽 상황도 알고 저쪽 상황도 알아야지 하는 건 없어요.

그래서 따로 어떤 생각이 드는 상황이 없다. 그런 느낌이 있네요. (반경이) 많이 좁아지는 것 같은 느낌은 있는데···

요즘 좀 드는 생각은 연극계가 참 넓고도 좁다. 좁기도 하고 넓기도 하다. 저 사람들은 저기서 하고 있고 여기서 하고 있다. 섞이기도 하는 것 같기는 한데···

 

림보

제가 느끼기에 배우분들은 좀 섞일 수 있는 여지도 있고 실제로 그런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선혜 

넘나드는 분들도 있기는 하죠. 연출하시는 분들도 있고 작가들도 왔다 갔다 하기는 하는 것 같아요.

다만 제가 잘 몰라요.

 

림보

또 보시지도 않는 편이라고 하시니까 더 그럴 것 같아요.

 

선혜

맞아요. 제가 뮤지컬에 관심이 좀 있어서 뮤지컬을 좀 해보려고 시도를 해본 때가 있었는데요. 그때는 그래도 조금 알 법하였는데 그쪽에 아예 발길을 끊다 보니까 모든 게 끊어졌어요.

근데 궁금하긴 해요. 어떤 좋은 공연들이 있다 보러 가라 이렇게 권유를 이제 받기는 하는데 공연도 지인들이 나오는 거 아니면은 보러 가지는 않는 것 같아요. 많이 궁금하지 않은 것 같고요. 지인이 나오는 공연들도 보러 가기가 벅차다 보니 모르는 공연들까지 알기는 어렵다.

 

은정

창작하면서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선혜

맞아요. 마음은 계속 먹는데 보러 가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어요.

림보 님은 어떻게 잘 보세요? 많이 보세요?

 

림보

전 작년에 좀 많이 봤어요. 낮에 아르바이트 하고 저녁에 보고 이런 식으로요. 제가 이 질문을 처음 구상하게 된 이유가, 작품들을 보다 보면 어제 봤던 다른 작품(비-컴퍼니 연극)의 창작진이 여기(컴퍼니 연극)와서도 도와주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 같은데 싶어질 때가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아쉽더라고요. 친구들하고도 왜 이 배우는 컴퍼니 연극에서 볼 수 없고 섞이지 않지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보는 입장에서는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자료도 찾아보게 됐고요. 

 

은정

근데 차이가 있나요? 뭐라고 하나. 비상업적인 연극과 컴퍼니 연극 사이에요.

 

림보

저는 다 재밌어서 보는 거라 잘 모르겠어요. 근데 제가 만난 분들 중에는 아예 상업극만 보시는 분들, 상업극은 안 보는 분들, 이런 경우도 있었어요. 그 관객분들이 느끼기에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어요. 아니면 특정 경향의 작품으로 아예 시작해버렸을 때, 말씀하신 것처럼 볼 게 너무 많으니 그냥 안에서만 도는 흐름이 있을 것 같아요. 

 

선혜

그런 것 같긴 하더라고요. 또 저희가 공연을 시작할 때에는 형식적인 재미를 더 추구했었거든요. 내용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한 게 없었어요. 매번 창작자가 가지고 오는 이야기들을 위주로 작업을 해왔어서 그게 작품의 구조적인 측면에까지 영향을 미치진 않았어요. 제가 쓴 글로 나비꼬리 공연을 만들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거든요. 그전까지는 창작자들이 작업을 하면 저희는 판을 만드는 역할이었어요.

 

림보

그때도 팀에 계시기는 했던 거죠.

 

선혜

네. 본격적으로 (제가 쓴 글로 하는 작업이) 시작된 게 사실은 2024년이거든요. 진짜 최근인 것 같고. 사실지장이 있다1) 같은 경우에는 저희의 흐름 안에서 이탈되는 느낌이 있었어요. 저희가 드라마 작업을 하는 팀이 아니었기 때문에. 24년도부터 제가 쓰는 게 본격적으로 시작이 됐던 거죠. 제가 23년도에 전통적인 극작법에 대한 고민이 들어서 그걸 분해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선형적인 흐름이나, 전통성이 남성중심적인 방향성과 궤를 같이 하는 부분이 있다라는 판단이 들었거든요. 그럼 다른 식의 창작법이 뭐가 있을까, 다른 구조가 뭐가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변화들을 많이 겪은 것 같아요. 정리가 잘 안되네요.

1) 나비꼬리의 21년도 공연. 공연 정보는 아래 링크에 접속해 확인 가능하다.

https://tickets.interpark.com/goods/21012143

 

은정

처음 작업할 때는 공간과 사람 중심이었던 것 같아요. 공간이 어디냐, 그리고 누구랑 작업할 거냐에 따라서 작업 방식이 바뀌었어요. 초반에 그렇게 선택했던 건 극장에서 공연을 보기 쉽지 않음을 (선혜 씨가) 계속 많이 느꼈고 저도 그게 좀 힘들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에요. 다른 방식 없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극장 밖을 갔던 것 같거든요. 근데 이번에 (혜화동1번지) 동인을 하게 되니까 극장을 쓰는 환경이 주어진 거예요. 그러니까 극장에서 뭘 해볼 수 있을까 상의하다 극장(환경)을 환기시켜보자 얘기를 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극작이 필요했던 것 같고요. 그런 흐름이 저한테는 있었어요. 극장을 어떻게 잘 써볼까 이런 흐름이요. 

그래서 그런 공연들을 많이 보러 다녔어요. 극장 밖에서 했던 공연들. 거리예술 축제를 가보기도 하고, 크리에이티브 바키가 극장이 아닌 공간에서 했던 공연이 있었거든요. 1인극처럼 했는데 그 공연도 되게 인상적이었고요. 일대일 공연을 하는 팀을 검색해서 해외도 나가보고 구경 가고 그런 걸 했었던 때가 있어요. 어렸을 때는 일단 공연한다 하면은 다 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선혜

맞아요. 아무튼 저한테는 나비꼬리의 방향성이 어느 시점 이후에 달라진 것 같다는 느낌이 있어요. 그게 제가 극작을 온전히 다 참여를 하느냐 안 하느냐로, 시기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극장과의 관계도 분명히 있는 것 같고요. 혜화동1번지 동인 활동을 하면서 제가 쓴 글로 배우를 만나게 되니까 생각의 방향성이 달라지면서 잡혀간 부분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 일대일 공연 할 때는 해방되고 싶은 마음, 재미있겠다는 마음이 조금 더 많이 컸던 것 같고 이런 감각을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에 더 관심이 있었죠.

제가 창작에 관심을 가진 때부터는 타자에 관심이 생기고, 타자 쓰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많이 고민하게 됐어요. 그때부터 다른 방향성을 갖게 됐고요.

그래서 미투랑 제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저는 미투 운동 이후에 우리의 방향성은 페미니즘과 큰 관련이 없는데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오히려 많이 했어요. 

그리고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라고 느낀 게 이제 23년도이기 때문에··· 이 방향성으로는, 전통적인 드라마적 구조 안에서는 내가 갈 수 있는 게 한정적이고 맞지 않는 것 같다라고 판단이 된 이후에 좀 분해하는 시도를 했어요. ‘이 방향이면 그래도 조금 더 가볼 수 있는 길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게 맞는 것 같다, 옳은 것 같다’라고 판단을 하면서부터 여성의 이야기, 여성으로서 할 수 있는 말들, 해야 하는 이야기들을 많이 써온 것 같아요.

 

림보

은정 님은 공연을 좀 그래도 많이 보시는 편이세요?

 

은정

20대 때는 좀 많이 보려고 했던 것 같은데요, 작업을 한 뒤로부터는 주로 지인들이 나와야 봐요. 저는 작업하는 게 더 재밌는 것 같아요. 보는 것보다. 만드는 과정을 더 즐겨요. 

 

림보

보실 때는 그러면 다양하게 보세요?

 

은정

주로 지인 공연이 대부분이고 또 그걸 재밌어해요. 어떻게 보면 보러 가는 그 지인을 좋아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나 궁금하고. 응원도 있는 것 같고요. 그런 경험이 저한테 좋은 영향을 끼쳐요. 그러다 보니 같은 사람들만 만나서 안 섞이는 게 문제일 수 있는데 그분들(지인들)이 선택하는 것들이 대부분 좋다고 느낄 때가 있거든요. 어떤 작품을 선택하는 게. 그러다 보니까 이게 고인다면 고이는 거지만, 계속 좋은 공연을 보러 다니는 것 같기도 한 거예요.

 

림보

그러면 그렇게 지인 분들 공연 보시고 나서 아까 맥주 한잔하며 후기 나누신다고도 했는데, 그럴 때 공연이 별로일 수도 있잖아요. 좋은 선택일 때도 있지만. 그런 경우에 비평까지는 아니더도 피드백을 전하시기도 하세요?

 

은정

저는 보러 가는 것 자체가 응원 겸이 제일 크고요. 그래서 그런 자리가 있다고 하면 작업이 어땠어 라고 주로 물어보는 것 같아요. 어려웠던 게 뭐였냐 혹은 어떻게 해석을 했냐 이런 것도 물어보고요. 그래서 피드백을 준다기보다는 들어봤던 것 같아요. 나라면 이랬을 것 같긴 하네 얘기하기도 하고요. 아니면 주로 고생했다고 얘기해요. 저는 (지인들과) 같이 있는 걸로 위안을 받는 것 같아요. 응원해 주는 느낌을 받는 것 같고. (지인이) 좋아하면 저도 좋으니까. 그때 웃겼다 이런 거 얘기하고요. 그런 정도예요. 

 

선혜

근데 이게 (먼저) 물어보지 않으면 얘기하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마음이 어려웠다거나 이런 것들을요. 

 

은정

그치, 맞아.  

 

선혜

어려움이나 이런 것들. 어떻게 보였어, 물어보면 거기에 대해서는 얘기를 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주로 응원하는 방향에서 이야기를 해주는 편이에요.

 

은정

저도요.

 

림보

공연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그런 이야기를 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요.

 

은정

뭔가 맥락들이 다 있을 거기 때문에요. 제가 뭔가 얘기할 수 없음이 있는 것 같거든요.

그 흐름이 혼자 만드는 게 아니고 다 같이 합쳐지는 것이다 보니까 ‘왜 이랬어’ 이렇게가 안 되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돼버린 거기 때문에. 얘기하기가 어렵고요, 바꿀 수도 없고 이거는··· 이제 올라갔기 때문에 바뀌기도 힘들어요.

 

선혜

그리고 문제적이거나 이런 것들은 그 안에서 본인들도 알아서 이미 힘들어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미리 알고 보러 가는 경우들도 있어요. 아 그래 이게 그 부분이구나, 그래 애썼다, 나름의 길을 찾았구나, 하죠.

 

림보

더 하시고 싶은 말씀 있을까요? 준비했던 질문들은 다 여쭤본 것 같아요. 

혹시 그럼 일대일 공연은 동인 하시는 동안에는 꾸리기 어려운 건가요? 아니면 비슷한 형식을 앞으로 또 시도해 볼 생각이 있으실까요? 

 

선혜

개인적으로는 엄청 많은 관객들하고 만나는 것보다 면대면으로 만나는 거를 선호해요. 그러니까 관객이 어떤 군으로만 머물러 있는 게 좀 아쉬운 것 같아요. 제가 관객으로 있을 때도 그랬던 것 같고. 근데 일대일 공연을 또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기는 해요. 비효율적이고, 재정적인 부분도 있고요. 혜화동1번지 안에서는 그래도 지원받고 있는 게 있으니까 할 수 있는 것 같거든요. 근데 그게 지금 의미가 발생할 것인가 아직 모르겠는 지점이 있어요. 왜냐면 이전에는 말씀드렸다시피 재미와 기존의 전통적인 연극 방식을 깨는 것의 해방감만으로 작업을 했는데 지금은 어떤 마음과 의지로 해야 하는가가 물음표거든요.  

 

림보

동인 자체는 언제까지 하시는 건가요?

 

선혜 

올해까지요.

 

림보

마지막으로 메데이아 공연처럼 관객을 매개로 한 작품, 혹은 러프하게라도 상상하고 계신 자리들 같은 게 있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선혜

지금은 당장 눈앞에 있는 것들이 중요하고요. (웃음) 당장 4월에 공연해야 할 걸 써야 되고 이러니까 엄청 구체적으로 그리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은정

근데 (4월 공연이) 그걸 그리고 있는 거잖아요. 

 

선혜

그런 생각이 좀 드는 것 같아요. 뭐랄까요? 관객들이 무언가를 보고 느끼기 위해서 이 자리에 함께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근데 이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같이 느끼고 싶은가 이런 것에 대한 고민은 항상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이야기의 차원에서 고민을 하는 거라기보단··· 제가 영상에서 ‘감정으로 만나고 싶다’고 얘기를 한 게 있어요.

항상 모르는 거를 알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근데 그게 말로 정리될 수 있는 건 아니고요. 그러니까 말로 정리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아니라 모르는 무언가를 함께 느끼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몰라서 어려워요. 아직 언어화되지도 않고 발견되지도 않은 무언가를 같이 느끼고 싶다. 근데 몰라서 몰라요.

 

림보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은정

근데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있잖아요. 그래도 하는 것 같아요. 이건가, 이렇게 던지는 정도지 않을까요. 이런 느낌인가, 저는 그렇게 계속 작업하는 것 같거든요. 

 

선혜

그게 뭐예요? 

 

은정

그러니까 ‘모르겠음을 몰라’가 아니라 ‘이런 건가’ 싶어서 작업을 해요. 그리고 관객들을 만나는 거죠. ‘그게 맞는지 아닌지 몰라, 그렇지만 이런 거지 않을까요?’ 이런 식으로요. 시도죠. 시도들을 계속 하는 것 같다. 

 

선혜

사실은 다 그런 것 같아요. 이렇게 (공연을) 만들었지만 그 만든 사이에 다 뭔가가 있는 것 같고. 그래서 그 사이를 만들어야 된다의 느낌이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만드는 입장에서도 모르고 관객 입장에서도 뭔지 모르고요. 근데 알면 안 되는 것 같은 느낌도 있어요.

무슨 얘기인지 아세요? 알면 안 된다, 그런데도 알고 싶어, 알고 싶다. 그러니까 알고 싶어서 작업했다는 느낌은 아니고 모르는 걸 느끼고 싶다의 느낌인데··· 몰랐을 때 오는 그 감각들이요.

이걸 정의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게 저한테는 재미있고요. 계속 알고 싶어요.

근데 알면 끝난다.

 

림보

좋은 공연 보면 처음 느끼는 감각이 있어요.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저거 뭐지, 생전 처음 보는 것 같다’ 싶거든요.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아요. 

또 하고 싶으신 이야기 있으신가요? 

 

은정

질문이 뭐였죠? 

 

림보

상상하는 극장이 있는지요.

 

은정

저희가 극장 작업을 하고 있지만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 맞나라는 생각을 예전부터 할 때가 있기는 해요. 접근성 측면도 있고, 그다음에 그걸 향유하는 어떤 문화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이 저한테는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어떤 한계를 느끼기도 해요. 그래서 자꾸 밖으로 나갔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 공간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좀 생각하는 것 같네요. 이 공간을 나가게 되면 또 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는 게 또 재미있고요.

그래서 저한테 연극은 어떤 수단이에요. 어떻게 보면 좋은 말일 수도 있는데 동시에 안 좋은 말일 수도 있어요. 누가 들으면 뭐라고 할 거 같아요. 어쨌든 그것에(연극에) 매력이 있기 때문에 하는 선택들이 있는 것 같아요. 기존의 방식이 아닌 선택도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저한테는 삶이랑 작업이 되게 붙어 있다고 생각해요. 고민하고 있는 것을 계속 하게끔 만드는 게 제 작업의 방식이랄까, 태도예요. 안 그러면 제가 되게 편해지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 되게 게을러지기 쉽거든요. 그래서 좀 더 (저를) 던져요.

몸을 던지면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뭔가를 하려는 게 있어가지고, 그런 방식을 찾지 않을까 생각해요. 

재미있다고 느꼈던 거는 다들 말하는 ‘이 세계가 이런 흐름이야’라는 얘기의 구멍을 발견했을 때, ‘이건 아니네’ 를 발견했을 때, 그것을 바라보는 일이에요. 완벽하지 않음을 얘기하는 게 재밌다고 느끼거든요. 그런 걸 찾는 재미로 하는 것 같아요. 공연을 하면서 그런 공부도 하게 되는 것 같고요. 같이 얘기도 나누면서 생각해 보게 되고. 저한테는 삶과 연결돼 있어서 계속 (공연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들어요.

 

선혜

림보 님은 전에도 혜화동1번지 공연을 많이 보셨어요?

 

림보

처음 알게된 게 24년도 말인가였어요. 그래서 작년 안전 연극제 때 처음 봤고요. 관객 대축제 때도 몇 작품 봤어요. 얼마 안 됐어요. 

 

선혜

그럼 그전에는 무슨 어떤 공연들 많이 보셨어요? 

 

림보

SNS로 창작진 계정들 팔로우하거든요. 어디서 뭐가 올라오고 이런 정보를 통해 많이 접하고 또 보러 갔었어요. 

은정 님 말씀하시는 것 들으면서 메데이아 공연이 또 생각이 났는데요.

공연을 너무 많이 보는 시기에는 ‘이게 다 뭐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공연이지만 결국 그걸 보는 사람들은 서울 안에 혜화 안에 이 극장 안에 있는 특정한 사람들, 극장문화와 이 팀의 정보를 잘 아는 사람들밖에 없는데 여기서 무슨 의미가 더 발생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혼자 할 때도 있었어요. 

근데 메데이아 공연 중에 배우님이 객석에 앉아서 막 질문을 하시잖아요.1) 그런 질문들을 객석에서 같이 듣고 있는 게 반가웠던 것 같아요.

1) 〈메데이아: 화살, 심장, 더러운 피 공연의 일부 장면에서는 주인공 강혜련 배우가 객석에 앉아 극장에 관한 말들을 관객에게 건넨다. 

 

은정

저는 창작을 계속 하니까, 창작 환경 안에 있기 때문에 공연이라는 게 삶으로 다가오는데요. 그냥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들한테는 어떤 유희이고, 일상과 다른 걸 봤을 때의 쾌감일 것 같아요. 그래서 (말씀하신 장면이) 그런 것에서 깨지는 순간이지 않을까 싶기는 해요. 필요하겠다 생각이 들고요. 한편으로 진지한 얘기들도 많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일을 하면서 그 생각을 한다는 게 어려울 것 같은 거예요.

그러니까 일을 하면서 타자를 생각하는 게 너무나도 지치는 거죠. 구조가 그렇게 잡혀 있으니까.

 

선혜

림보 님은 좋아하는 팀이 있으세요? 

 

림보

나비꼬리 좋아하게 됐고요. 많은데 구자혜 연출님 작업도 좋고, 양손프로젝트도 좋아해요.

 

선혜

동료 관객이라고 하셨잖아요. 같이 보는 분들이 있어요?

 

림보

학교에서 만났는데 알고 보니 공연을 좋아한다, 이런 경우도 있고요. 지인이 내가 아는 누구 이렇게 소개해 줘서 만나기도 하고요. 소위 말하는 연뮤덕을 만나게 됐어요. 

 

선혜

그럼 공연 보러 가면 쟤 왔네, 쟤 왔네 약간 이런 건가요?

 

림보

저는 그 정도는 아니고요. (웃음) 저는 사실 보통 혼자 보는 것 같은데 다 같이 보고 싶은 공연,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그런 경우에는 모아서 봐요. 아니면 공연 잘 안 보는 친구를 데려가기도 하고요. 

 

선혜

저는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니까 ‘관극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친구들이랑 가서 보고 나와 서 얘기 나누고. 이 과정을 즐기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혼자 보러 가면 그걸 못 느끼잖아요. 재미가 없어요.

 

림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면 그게 좀 아쉽긴 해요. 그래서 ‘이거 봤는데 너무 재밌다’ 이렇게 연락을 하기도 해요.

 

선혜

(그런 지인이) 몇 명 정도 있는 거예요?

 

림보

많지도 않아요. 요즘 같이 보는 지인들은 세네 명 정도예요. 

 

선혜

동료 관객이라는 말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림보

저도 어디서 본 단어라서 쓴 것 같은데 모르겠네요.

 

선혜

아는 분들 중에 직업 관객분들이 있거든요. 약간 직업처럼 관극하러 다니는 분들. 그분들이 친구 같은 느낌이 있어요. 그분들하고 있으면 창작자들하고 있을 때보다 훨씬 재밌어요. 공연에 대해서 되게 신랄하게 얘기하고 좋은 점도 엄청 극대화되는 면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그들하고 같이 하는 후기 살롱이 재밌죠. 또 어느 날 워크숍 통해서 알게 된 또 다른 관객분들이 있는데 그분들 만나면 반갑고요. 그래서 이제 림보 님을 공연을 보면서 우연히 만날 생각을 하니까 기분이 좋네요.

또 예매해 두신 공연 있으세요? 

 

림보

저 창작산실 작품이요멸종위기종 예매했어요.

 

선혜

며칠에 보세요?

 

림보

저 11일이요.

 

선혜

다음주 수요일. (달력을 확인한다) 저는 8일에 봐요.

 

림보

아쉽다. 일단 인터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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